기술 공유가 왜 필요하지?
익명_mSe8ocx
회사/업계
33
117486
2018.06.29 11:25
최근에 한 분이 올려주신 기술 공유에 대한 글을 보고 한번쯤 제 생각을 정리해서 의견을 주고 받고 싶어서 글을 써봅니다! 오래 전부터 글쓴이와 비슷한 문제의식을 갖고 있었습니다만. 이게 워낙 복잡하고 민감한 문제다보니 쉽사리 의견을 표현할 기회를 찾지못하다가 익명성의 힘을 빌어 한번 작성해봅니다ㅎㅎ
일단 민주주의 사회에서 타인의 의지를 강제할 수 없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을 쫓는건 당연하다는.. 음.. 기본권이라고 해야할까요?? ㅎㅎ 그걸 부정하지는 않는다는 전제 하에 글을 써봅니다. 그저,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좀 더 행동에 나서서 업계에 좋은 선순환을 만들어가는데 미약하게나마 힘이 되었으면해요!
아래부터는 편하게 반말로 작성했습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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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은 왜 공유되는 것이 좋을까?
나는 우리가 흔히 Effecter 라고 부르는 직군이 Technician 보다는 Artist 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TA / TD 를 별도로 구분했을 때) 그 말인 즉슨, 어떤 기술에 대한 숙련도보다는 기술을 통해 표현된 결과물의 아름다움이 VFX Artist 로써 역량의 척도가 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최고 / 최적의 결과물을 위해서는 기술적 이해도가 수반되어야겠지만, "Artist" 로써 유저에게 아름다운 시각경험을 주는 것이 최우선 과제일 것이라 생각한다.
잘 알다시피, 유저는 우리가 피똥을 싸며 만들었든 엄청 혁신적이든 이쁘다 / 구리다 로 판단한다.
(ex. 뭔지 모르겠지만 ㅈㄴ 이쁘네 / 대단한진 모르겠고 구려)
그렇다면 감각을 키우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수준 높은 경쟁자들이 만든 각양각색의 Art 를 통해 많은 영감을 받고, 많은 작품을 만들어 보는 것이 만고불변의 진리일 것이다. 여기서 기술은 창작의 도구이다. 우리가 도구를 공유하지 않고, 경쟁자들의 성장을 촉진하지 않는다면 발전의 동력은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물론 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얻은 지식을 완전 다 까발리자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입문자들이 걸음을 떼고 살짝 달리기 시작하는 정도의 지식은 제공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공유의 혜택은 비단 입문자만의 것은 아니다. 고급 사용자들이 높은 수준의 정보를 서로 공유한다면 이는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자란 평범한 영알못 한국인이 VFX 를 배우고자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학원 다녀보세요" 혹은 "과외 어디가 좋던데.." 이다. 입문에 필요한 기초적인 기술마저 권력이 되고 걸림돌이 되는게 한국의 현실이다. 우리는 스스로 경쟁자들에게 장애물을 만들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시대를 지연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다음 세대에게 전달되어 "내 기술을 공짜로 공유한다고? 어디 내 밥그릇을.." 이라는 생각을 각인시키고, 이는 악순환을 가중시킨다.
▶ 기술이 권력이 되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한국 게임 산업의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는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아는 사실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한번쯤 이유를 생각해보고, 해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왜 걔네는 되고, 우리는 안될까? (중국은 여러 편법과 불법 행위가 얽혀있으니 잠시 미뤄두자)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서구 IT 업계에서 기술은 더 이상 권력이 아닌 도구에 불과하다. 수 많은 오픈소스들과, 석학들의 공개 강좌, 논문 공유 등 이미 그들에겐 일상이 된지 오래다. 지식의 선순환으로 얻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이점들을 "영어 사용자" 들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쉽게도 한국은 영어랑 사이가 안 좋기에 이러한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하고 있다. (* 개인적으로 이펙트 학원보다는 영어학원을 다니라고 하고싶을 정도로, 영어권의 정보량은 어마어마하다)
한국의 기업을 논할 때 항상 언급되는 것이 "제조업 마인드" 이다. 기술 그 자체만으로 권력이 되고 가치를 창출하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공유를 통해 더 큰 가치를 쫓고 있는 세계적 기조 속에서 한국의 폐쇄성이 발목을 잡고 있다.
▶ 양키님은 다 옳으시다?
"양키가 그랬으니 따라해야해" 같은 사대주의에서 나온 주장이 아니다. 국가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달라" 라는 주장은 의미가 없을뿐더러, 라이벌이 어떻게 우위를 선점했는지 파악하고 해결법을 모색해보는 것은 필수적이다.
기술 공유를 통해 한국 게임 업계의 경쟁력이 올라간다면 그에 따라 많은 기회가 생기겠지만, 보수적 사고 태도가 가져올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 학원 강사들의 수입 증대..? 입문자들이 학원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길 거시적 경제 순환..?
▶ 선순환이 가져올 미래를 상상해봅시다.
너무 허무맹랑 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번 상상해보자. 한국 게임 업계의 경쟁력이 높아져 해외 시장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PC, 콘솔 시장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지위를 갖게 된다면. 얼마나 많은 기회가 생길지. 아니, 거창하게 업계가 어쩌고 글로벌이 어쩌고 할 것 없이, 더 이상 북미 게임들 보면서 "나도 저런거 하고싶다.." 하면서 손가락만 빠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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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입니다.
저도 한국에 있을 때는 그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했는데요. 막상 북미권에 와서 겪어보고, 본격적으로 영어권 자료를 보기 시작하니 충격이 어마어마하더라구요. 와씨 이런거까지 까?? 라고 할 정도로;; 이런 혜택을 한국에서도 느낄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는 마음에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더 많았지만, 계속 적다보니 너무 길어지기도 하고 삼천포로 까지는거 같아서 생략했어요. ㅎㅎ 저보다 훨씬 경력 긴 선배님들도 많으실텐데 주제넘게 이런 화두를 던질 자격이 있을까 고민도 했었는데요. 자격이 갖춰질 때까지 기다리다보면 영영 꺼내지 못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써봅니다! 너그러이 봐주세요!
그리고, 저는 만약 기술의 공유가 활성화 된다면 받기보다는 나눠줄 의무가 더 큰 쪽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동료들의 요청으로 조그맣게 지식 나눔을 하고 있거든요. 안되는 영어로 떠듬떠듬한다고 제대로 이해를 할진 모르겠지만ㅋㅋㅋ 그래서 먼저 배우신 선배님들의 지식을 무료로 강탈하고자 작성한 글은 아니구요. 새롭게 진입하는 후배님들, 혹은 저와 비슷하게 배우고 있는 동료들이 다 같이 좋은 결과를 내면 더 재밌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에요. 많이 나눠주시면 또 받은 분들이 많이 나눌 것이고 그게 언젠간 돌아오지 않을까요?!
지금은 공유에 대한 보수적인 입장이 결국 돌고 돌아 업계를 공격하는 부메랑 중에 하나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이미 학원이나 과외로 수입을 내고 계신 분들이 보기엔 불편할 수 있지만, 단순히 기술 전수를 넘어서는 더 큰 가치를 교육시켜주실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똑같은 동그라미 하나로도 더 멋진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감각을 갖고 계시잖아요? :)
또 쓰다보니 주절주절 길어지네요;;
글이 너무 길어졌는데 혹시라도 끝까지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들 힘내요!
일단 민주주의 사회에서 타인의 의지를 강제할 수 없고, 자본주의 사회에서 자본을 쫓는건 당연하다는.. 음.. 기본권이라고 해야할까요?? ㅎㅎ 그걸 부정하지는 않는다는 전제 하에 글을 써봅니다. 그저, 저와 비슷한 생각을 하고 계신 분이 있다면 좀 더 행동에 나서서 업계에 좋은 선순환을 만들어가는데 미약하게나마 힘이 되었으면해요!
아래부터는 편하게 반말로 작성했습니다. 양해 부탁드려요! :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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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기술은 왜 공유되는 것이 좋을까?
나는 우리가 흔히 Effecter 라고 부르는 직군이 Technician 보다는 Artist 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TA / TD 를 별도로 구분했을 때) 그 말인 즉슨, 어떤 기술에 대한 숙련도보다는 기술을 통해 표현된 결과물의 아름다움이 VFX Artist 로써 역량의 척도가 된다는 이야기다. 물론 최고 / 최적의 결과물을 위해서는 기술적 이해도가 수반되어야겠지만, "Artist" 로써 유저에게 아름다운 시각경험을 주는 것이 최우선 과제일 것이라 생각한다.
잘 알다시피, 유저는 우리가 피똥을 싸며 만들었든 엄청 혁신적이든 이쁘다 / 구리다 로 판단한다.
(ex. 뭔지 모르겠지만 ㅈㄴ 이쁘네 / 대단한진 모르겠고 구려)
그렇다면 감각을 키우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무엇일까? 수준 높은 경쟁자들이 만든 각양각색의 Art 를 통해 많은 영감을 받고, 많은 작품을 만들어 보는 것이 만고불변의 진리일 것이다. 여기서 기술은 창작의 도구이다. 우리가 도구를 공유하지 않고, 경쟁자들의 성장을 촉진하지 않는다면 발전의 동력은 서서히 사라질 것이다.
물론 내 시간과 노력을 들여 얻은 지식을 완전 다 까발리자는 것은 아니다. 그저 입문자들이 걸음을 떼고 살짝 달리기 시작하는 정도의 지식은 제공하자는 것이다. 그리고, 공유의 혜택은 비단 입문자만의 것은 아니다. 고급 사용자들이 높은 수준의 정보를 서로 공유한다면 이는 엄청난 시너지를 발휘할 것이다.
현재 한국에서 자란 평범한 영알못 한국인이 VFX 를 배우고자 할 때, 가장 많이 듣는 말은 "학원 다녀보세요" 혹은 "과외 어디가 좋던데.." 이다. 입문에 필요한 기초적인 기술마저 권력이 되고 걸림돌이 되는게 한국의 현실이다. 우리는 스스로 경쟁자들에게 장애물을 만들고, 함께 성장할 수 있는 시대를 지연시키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경험은 다음 세대에게 전달되어 "내 기술을 공짜로 공유한다고? 어디 내 밥그릇을.." 이라는 생각을 각인시키고, 이는 악순환을 가중시킨다.
▶ 기술이 권력이 되는 시대는 저물고 있다.
한국 게임 산업의 상황이 갈수록 악화되는건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다들 아는 사실이다. 이 상황에서 우리는 한번쯤 이유를 생각해보고, 해법을 고민해볼 필요가 있다. 왜 걔네는 되고, 우리는 안될까? (중국은 여러 편법과 불법 행위가 얽혀있으니 잠시 미뤄두자) 실리콘밸리로 대표되는 서구 IT 업계에서 기술은 더 이상 권력이 아닌 도구에 불과하다. 수 많은 오픈소스들과, 석학들의 공개 강좌, 논문 공유 등 이미 그들에겐 일상이 된지 오래다. 지식의 선순환으로 얻을 수 있는 어마어마한 이점들을 "영어 사용자" 들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다. 아쉽게도 한국은 영어랑 사이가 안 좋기에 이러한 혜택을 거의 누리지 못하고 있다. (* 개인적으로 이펙트 학원보다는 영어학원을 다니라고 하고싶을 정도로, 영어권의 정보량은 어마어마하다)
한국의 기업을 논할 때 항상 언급되는 것이 "제조업 마인드" 이다. 기술 그 자체만으로 권력이 되고 가치를 창출하던 시대는 끝나가고 있다. 공유를 통해 더 큰 가치를 쫓고 있는 세계적 기조 속에서 한국의 폐쇄성이 발목을 잡고 있다.
▶ 양키님은 다 옳으시다?
"양키가 그랬으니 따라해야해" 같은 사대주의에서 나온 주장이 아니다. 국가의 경계가 희미해지고 글로벌 경쟁이 심화되고 있는 시점에서 "우리나라는 달라" 라는 주장은 의미가 없을뿐더러, 라이벌이 어떻게 우위를 선점했는지 파악하고 해결법을 모색해보는 것은 필수적이다.
기술 공유를 통해 한국 게임 업계의 경쟁력이 올라간다면 그에 따라 많은 기회가 생기겠지만, 보수적 사고 태도가 가져올 장점은 무엇이 있을까? 학원 강사들의 수입 증대..? 입문자들이 학원비를 벌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하면서 생길 거시적 경제 순환..?
▶ 선순환이 가져올 미래를 상상해봅시다.
너무 허무맹랑 하다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한번 상상해보자. 한국 게임 업계의 경쟁력이 높아져 해외 시장에서 혁혁한 공을 세우고, PC, 콘솔 시장에서도 결코 밀리지 않는 지위를 갖게 된다면. 얼마나 많은 기회가 생길지. 아니, 거창하게 업계가 어쩌고 글로벌이 어쩌고 할 것 없이, 더 이상 북미 게임들 보면서 "나도 저런거 하고싶다.." 하면서 손가락만 빠는 일은 줄어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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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입니다.
저도 한국에 있을 때는 그 필요성을 절감하지 못했는데요. 막상 북미권에 와서 겪어보고, 본격적으로 영어권 자료를 보기 시작하니 충격이 어마어마하더라구요. 와씨 이런거까지 까?? 라고 할 정도로;; 이런 혜택을 한국에서도 느낄수 있는 날이 오길 바라는 마음에 글을 적게 되었습니다.
개인적으로 덧붙이고 싶은 말이 더 많았지만, 계속 적다보니 너무 길어지기도 하고 삼천포로 까지는거 같아서 생략했어요. ㅎㅎ 저보다 훨씬 경력 긴 선배님들도 많으실텐데 주제넘게 이런 화두를 던질 자격이 있을까 고민도 했었는데요. 자격이 갖춰질 때까지 기다리다보면 영영 꺼내지 못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에 써봅니다! 너그러이 봐주세요!
그리고, 저는 만약 기술의 공유가 활성화 된다면 받기보다는 나눠줄 의무가 더 큰 쪽에 있다고 생각합니다. 지금도 동료들의 요청으로 조그맣게 지식 나눔을 하고 있거든요. 안되는 영어로 떠듬떠듬한다고 제대로 이해를 할진 모르겠지만ㅋㅋㅋ 그래서 먼저 배우신 선배님들의 지식을 무료로 강탈하고자 작성한 글은 아니구요. 새롭게 진입하는 후배님들, 혹은 저와 비슷하게 배우고 있는 동료들이 다 같이 좋은 결과를 내면 더 재밌어지지 않을까하는 생각이에요. 많이 나눠주시면 또 받은 분들이 많이 나눌 것이고 그게 언젠간 돌아오지 않을까요?!
지금은 공유에 대한 보수적인 입장이 결국 돌고 돌아 업계를 공격하는 부메랑 중에 하나가 되지 않았나 생각해요.
이미 학원이나 과외로 수입을 내고 계신 분들이 보기엔 불편할 수 있지만, 단순히 기술 전수를 넘어서는 더 큰 가치를 교육시켜주실수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똑같은 동그라미 하나로도 더 멋진 결과를 만들 수 있는 감각을 갖고 계시잖아요? :)
또 쓰다보니 주절주절 길어지네요;;
글이 너무 길어졌는데 혹시라도 끝까지 읽어주신 분이 계시다면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다들 힘내요!